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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_로버트 뉴턴 펙

토르본크러셔 2022. 1. 1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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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로버트 뉴턴 펙 지음]

 

1928년 미국 버몬트(농장이 많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로버트 뉴턴 펙의 자전적 소설

가족(아빠), 사랑, 가난

 

셰이커 교도, 셰이커 교본, 법칙대로 사는 삶

 

주인공: 로버트 펙

아빠: 헤븐 펙

엄마, 캐리 이모, 매티 이모, 말콤 선생님, 벤저민 프랭클린 태너(태너 아저씨_침례교인)

핑키(분홍 돼지, 태너 아저씨의 소 행주치마가 송아지(보브와 비브_보브는 로버트의 이름을 딴 것)는 낳는 것을 도와주고 얻은 유일한 내 소유물/ 삼손), 솔로몬(황소), 데이지(젖소), 미스 사라(고양이)

 

4H클럽 : 머리(head), 마음(heart), (hand), 건강(health)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세계적인 청소년 민간단체

 

p. 65

핑키는 나만 보면 항상 웃는 것 같았다. 아니, 늘 웃는 게 확실했다. 꽃이 해를 향해 웃듯이 많은 것들이 웃는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내가 핑키를 보며 웃듯이 핑키도 나를 보며 웃는다는 거다.

 

p.142

나는 위장을 찢어 잘게 부서진 호두 알맹이들을 손수건 위에 쏟아 낸 다음, 잘 마르도록 펼쳐 놓았따. 엄마가 손수건을 난로 위에 있는 따뜻한 오븐에 올려놓았따.

.. 만약 케이크를 만들지 않았다면 다람쥐를 잡아 오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밖으로 나가 나머지 다람쥐 고기를 조각내서 닭들에게 던져 주었다.

 

p.146

하루 일이 끝나면 씻고 또 씻는데도 돼지 냄새가 좀처럼 떠나질 않아. 그래도 네 엄마는 조금도 불평하지 않았어.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단 한 번도 내 몸에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말을 한 적이 없단다. 언젠가 내가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있지.”

그러니까 엄마가 뭐랬어요?”

엄마가 말하길, 나한테서 성실하게 노동한 냄새가 난다더구나. 그러니 창피하게 여길 필요가 없대.”

우리는 따뜻한 과자와 벌꿀을 곁들여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자, 초콜릿케이크가 나왔다. 다람쥐 위장에서 꺼낸 호두는 충분히 말라 있었다. 캐리 이모가 따뜻한 오븐 위에 두었던 호두를 가져와 케이크 위에 뿌렸다. 커다란 초콜릿빛 하늘에 하얀 별들이 박힌 것 같았다. 나는 케이크 한 조각을 입안에 넣었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었다.

 

p.147

가게에서 파는 코트가 입고 싶어요. 하나만 사 주세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란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게 있다. 필요하다고 모두 다 사는 건 아니라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다 해서 다 따라 할 필요는 없어. 네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해. 겉보다는 속이 중요하단 말이다. 엄마가 좋은 코트를 만들어 줄 거야.”

 

p. 169

핑키가 생각났다. 어디든지 나를 그렇게도 따라다니던 귀엽고 깔끔한 하얀 핑키. 처음으로 나에게 주어졌던 유일한 소유물. 내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던 유일한 친구. 하지만 핑키는 더 이상 이곳에 없다.

 

핑키가 새끼를 낳을 수 있었다면, 그 해 겨울에 아빠가 사슴을 한 마리라도 잡았더라면,

핑키가 그렇게 많이 먹어치우지 않았더라면,

 

p. 170

조금 전에 핑키를 죽인 손이었다. 아빠가 죽였다. 그래야 했기 때문이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아빠 역시 굳이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닦아 주는 아빠 손이 모든 걸 말해 주고 있었다. 잔인하게 돼지를 잡은, 울퉁불퉁한 손가락이 가볍게 내 뺨을 쓰다듬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아빠 손을 잡아 입을 맞췄다. 돼지 피가 잔뜩 묻어 있는 그 손에 말이다. 죽은 돼지의 기름과 피가 묻어 있었지만 나는 계속 아빠 손에 입을 맞추었다. 설사 나를 죽이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아빠를 용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아빠가 허리를 펴며 잿빛 겨울 하늘을 등지고 우뚝 일어셨을 때도 나는 아빠 손을 잡고 있었다. 아빠가 나를 내려다보더니, 눈길을 다른 데로 돌렸다. 아빠는 다른 한 손을 들어 소매로 두 눈을 훔쳤다. 나는 아빠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p. 171

아빠는 그해 겨울을 넘겼다. 그리고 이듬해 5우러 3일 헛간에서 자다가 세상을 떠났다.

..

아빠.”

나는 딱 한 번만 아빠를 불렀다.

괜찮아요. 오늘 아침에는 푹 주무세요. 일어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아빠 일까지 다 할게요. 더 이상 일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제 푹 쉬세요.”

 

p.181

버몬트의 투박한 흙, 저 아래 어딘가에 우리 아빠 헤븐 펙이 묻혀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땀 흘리며 당신 소유로 만들려던 땅속 깊은 곳에. 하지만 이제는 땅이 아빠를 소유하게 되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 아빠랑 보낸 지난 13년은 정말 행복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전부였다. 나는 새로 덮어서 풀 한 포기 없는 한 무더기의 흙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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