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_제임스 프렐러
[방관자_제임스 프렐러] 방관자인가? 다음 희생양인가?
에릭 헤이스는 방관자도 다음 희생자도 아닌 ‘에릭 헤이스’였다. (중학교 2학년, 오하이호에서 롱아일랜드 버몬트로 이사, 전학 옴. 벨포트 센트럴 중학교)
중반부까지는 몹시 흥미진진했는데 특히 그리핀의 매력적인 인물 설정과 그 후에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시종일관 궁금증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비록 현실의 반영이라할지라도) 중반부 주제와 관련된 선생님의 강의, 다시 말해 주제를 교사의 입을 통해 설명하는 방식과 그 이후 의도적인 에릭과 메리의 변화부터 흥미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그리핀이 훔쳐간 27달러와 아빠의 CD를 훔쳐오는 것으로 그리핀과의 관계가 끝나는데, 다시 말해 그리핀에게서 벗어난다는 결말 또한 약간 김이 새는 면이 없지 않았다.
데이비드 할렌백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캐릭터(성격)라 왕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교훈도 애매하다.
‘방관자’의 교훈에 적합한 소설은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에서 샘의 학교 선생님이 보리스에게 던지는 말에서 오히려 더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침묵하는 군중들은 가해자들에게 무언의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또한 이 소설에서 간접적으로 아주 짧게만 드러나는 여자아이들의 왕따 문제는 웹페이지를 만들고, 모욕적인 사진을 합성해서 다수에게 뿌리는 등의 모습에서 소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이 생각났다.
p. 21
그리핀은 에릭이 부러워하는 자연스러운 리더십을 갖고 있었다. 그의 말은 편안했고 미소는 밝고 매력적이었다. 그리핀은 에릭이 갖고 있지 않은 매력, 말하자면 분명한 존재감을 뽐내는 항상 주인공 같은 애였다.
➞ 이런 매력적인 성격을 가지고 그런 삶을 살다니, 안타깝다. 가정문제?
p. 42
“텔레비전에서 서부영화를 본 적이 있지? 그중 <초원의 집>이란 영화에 나오는 낡은 포장마차를 본 적이 있을 거야. 포장마차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바퀴 축에 가로로 핀을 꽂아 넣는데, 바로 그런 핀을 쐐기라고 해. 모든 것을 계속 돌아가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것이지. 이제 알겠지?” .. “쐐기는 팀이나 계획의 성공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담임시간이 바로 그런 것이지.”
➞ 이게 바로 린치핀?
p. 75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결정해서 말해준 것인데, 이는 에릭에겐 정말 드문 일이었다.
“꼭 열차에 치인 것 같았어. 기차가 오는 걸 미리 알고 피할 준비를 했지만, 이상하게 피하지 못했어. 그냥 꽝 하고 기차에 치였지. 그 뒤론 모든 게 엉망이 돼서 지금까지 회복 불가야.”
➞ 그리핀을 마냥 나쁜 애라고 볼 수 없는 부분. 그리핀 또한 에릭이, 에릭의 처지가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핀은 이후에 이를 비열하게 놀림거리고 쓰고 만다.
p. 77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면 에릭은 침실 문을 닫고 조용히 방에 앉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때 기타는 일종의 방패 역할을 했다. 딱딱한 몸체가 거북이 등껍질처럼 자기를 지켜주는 것 같았다.
p. 79
에릭은 그리핀에게 아빠에 관한 이야기를 전부는 해줄 수 없었다. 따라서 에릭에게 그리핀의 집에 간 그날은 처음엔 엄마에게, 그 다음엔 그리핀 코넬리에게 하얀 거짓말을 한 ‘하얀 거짓말의 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에릭이 거짓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저 진실을 말하는 게 .. 불편했기 때문이다. 에릭의 사고방식으로는 거짓이라도 편하고 좋은 것이 사실이라도 불편하고 힘든 것보다는 나았다. 그렇게라도 넘어가야 모든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숨 쉬고, 아무도 다치지 않으며, 다음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설령 모든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해도, 그리핀에게 오하이오에서 있었던 일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진실은 잡기 힘든 미끄러운 비누 같은 것이다. 진실이란 에릭 자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다.
p. 82
물론 정신병을 치료하는 의사도 있고, 병원도 있고, 약도 있었다. 약이 아빠에게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약은 결국 아빠를 황폐화시켰다. 목이 부어올랐고, 얼굴이 핼쑥해졌으며, 온몸이 기운을 잃어갔따. 게다가 여기저기 통증을 호소했따. 한번은 아빠가 가슴을, 그러니까 심장박동이 있어야 할 가슴 부분을 비비다가 놀라서 외친 적이 있었다. “여기 아무것도 없어. 심장이 없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
약을 먹는 동안 아빠는 살아 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 그래서 아빠가 약을 끊었다고, 엄마는 말했따.
“약을 먹으면 자신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더구나.”
그건 사실이었다. 에릭도 그런 사실을 알았다. 약을 먹으면 아빠는 더 이상 미친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더 안 좋아졌다. 아빠의 한 부분, 에릭이 가장 사랑하는 부분이 죽어버리는 거였다.
에릭에겐 여전히 아빠가 있었다. 그냥 아빠가 아니라, 에릭의 아빠, 에릭의 하나뿐인 아빠 말이다. 나무와 음악과 웃음과 두 아들을 사랑하는 부드러운 영혼의 선량한 아빠, 에릭을 사로잡는 훌륭한 생각을 가진 멋진 아빠, 그 아빠가 같은 방 저쪽에 앉아 있는 것이다.
p. 101 (제목의 의미를 드러내주는 부분)
그 장난을 할 때면 할렌백은 맞지도 않았는데 “으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 드루피는 낄낄대면서 “앗싸, 성공!”하고 소리쳤다.
아이들이 이 게임을 하는 동안 에릭은 한마디도 안 했다. 자기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에릭은 생각했다. 그 못된 장난에 참여한 적이 없으니 말이다. 할렌백을 괴롭히기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한 적도 없고, 그 게임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에릭은 한 걸음 물러난 채, 그저 못 본 척했다. 하지만 사실 에릭은 모든 것을 다 보고 있었다. 복도에 있는 다른 아이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점차 그 장난의 본질을 깨닫기 시작했다.
..
어느 날,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에릭은 할렌백과 마주쳤다. 에릭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알은체했다. 다른 애들이 봐서는 안 되는 아주 개인적인 인사였다.
그런데.. 할렌백은 움찔 놀라며 몸을 웅크렸다.
에릭의 손이 올라가자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웅크린 것이다.
그때 에릭은 할렌백의 눈에서 공포를 봤다. 에릭은 바로 옆으로 물러서면서 손바닥을 펴 보였다. ‘헤이, 진정해’ 해를 끼칠 의도는 전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할렌백은 여전히 공포에 휩싸인 채 고개를 숙이고 구멍을 찾아 도망가는 쥐처럼 허둥지둥 복도를 ᄈᆞ져나갔다.
‘나도 다른 애들과 똑같이 나쁜 녀석이구나.’ 에릭은 깨달았다.
p. 113
개 산책 아르바이트는 에릭의 적성에 맞았다... 신뢰와 책임감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에릭은 천성적으로 그런 성격이었다.
p. 123
아이들은 ‘험담’이란 누군가를 해칠 목적으로 만들어낸 야비한 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p.127 독일의 나치, 유태인 학살 현장 ‘징벌에 의한 학습효과’
1960년대 초, 스탠리 밀그램이라는 예일 대학교 교수님이 독일을 방문해서 나치가 유태인을 학살한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600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홀로코스트 현장을 말이야. 그러는 내내 교수님은 궁금했단다. 나치가 아닌 평범한 독일 병사들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잔인한 행위에 동참할 수 있었는지 말이야. 누군가는 시체 소각로에 불을 피워야 했고, 누군가는 옆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지. 나치도 아니었던 평범한 독일 병사들은 어떻게 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계속되도록 내버려뒀을까?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한다.
“.. 하지만 나머지 26명은 학생의 비명과 고통을 무시하고 끝까지 실험을 마쳤지. 이 26명은 1번(15볼트)부터 30번(450볼트)까지의 스위치를 모두 눌렀단다.”
“그 26명(14명은 실험 참가 거부) 중 어떤 사람은 나나 너희들처럼 의심이 들었을 거야. 이 실험이 잘못된 것이라고 느꼈겠지. 그래서 그만두고 싶었겠지. 하지만 과학자가 단호한 목소리로 그 정도 쇼크로는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질 테니 시키는 대로 실험을 계속 하라고 했기 때문에, 그들은 과학자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단다.”
“다른 사람이 무멀 하는가는 중요치 않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인데요?” 한 아이가 물었다.
“전부, 너희들의 모든 것과 상관있다. 이건 옳은 일을 할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에 관한 것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그걸 ‘무서운 침묵’이라고 했다.”
“결국, 우리는 적이 한 말이 아니라 우리 친구들의 침묵을 떠올리게 될 거다.”
p.177
“스코필드 선생님이 그랬어. 누가 나에 대해 험담해도 신경 쓰지 말라고.. 그런 험담은 내가 아니라 험담하는 바로 그 사람이 문제 있다는 걸 말해주는 거라고 말이야.”
“괜찮은 말인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p. 213
바퀴살, 브레이크 선, 그리고 자동차에 대해 말할 때 코디는 다름 사람 같아 보였다. 더 행복하고 더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p. 232
“난 오하이오에서 컸기 때문에 보스턴 레드삭스 팬이 됐어.”
버저비터: 농구에서,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 소리와 함께 성공된 골. 버저가 울리는 순간 공이 슛하는 선수의 손을 떠나 있어야 유효한 슛으로 인정된다.
가슴속에 맴돌고 있는 어떤 곡,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서서히 떠오르고 있는 어떤 멜로디, 그 곡과 멜로디를 완성해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