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_필사발췌독/자기계발교육

나의 책읽기 수업_송승훈

토르본크러셔 2022. 1. 1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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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책읽기 수업_송승훈]

 

_책을 귀하게 여기고 독서를 가치 있게 보는 것은 우리 문화 속에 담긴 힘이다.

 

_세상은 여러 사람이 모여 아웅다웅하며 사는 곳이라 살다보면 상처투성이가 되기도 하고 비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자기 삶 가운데 좋은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을 떠올리면서 제정신을 차리기도 하는 법이다. 좋은 사람은 그 존재 자체에 상처를 정화하는 힘이 있다.

 

_가르치는 일은 좋은 씨앗을 뿌리는 일과 닮았다. 그 씨앗이 아이들의 마음 밭에 있다가 인생의 어느 순간에 싹을 틔우기도 하고, 무럭무럭 자라 나무가 될 것이다. 미래를 다 알 순 없지만, 마음에 남는 기억이 하나둘 있을 때 그것이 학생의 삶을 세우는 힘이 되는 것 정도는 안다.

 

_정기적으로 시시껄렁한 만화책이나 흥미 위주의 대중소설을 보아왔던 것이다. 결국 인생의 고단함을 달래는 도피적인 책 읽기를 비난하거나 그런 책 읽기와 자기 실력을 높이는 책 읽기가 공존할 수 없다고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 둘 모두 우리 인생의 양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고, 함께 안고 가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나는 학생들에게 역도 선수 이야기를 자주 예로 든다. “올림픽에서 역도 선수는 평소에 계속 무거운 걸 힘들게 들어가며 자신을 단련해서 금메달을 따잖아? 학생도 마찬가지야. 조금 어려운 책을 읽으면 머리가 조금 아프지만 그렇게 머리를 단련해야 똑똑해지는 거지. 역도 선수는 쇳덩이를 들고, 너희는 학생이니까 책을 읽고.”

 

_스무 권의 책을 교실에 들고 간 뒤 학생들에게 20분 동안 읽게 한다. “읽을 만한 건 빨간 스티커를 붙이고, 못 읽겠다 싶은 건 노란 스티커를 붙여라.”

 

독서사회단체로 그 권위를 인정받는 어린이도서연구회 누리집에 가면 권장도서 목록을 내려받을 수 있다.

물꼬방

일단 괜찮은 추천도서 목록을 확보하시라. 한 이삼백여 권이 들어 있는 목록이면 된다. 여기서 괜찮은이라는 말은 좋은 책이면서 아이가 잘 읽는 책 목록이라는 뜻이다. 서울대 권장도서 같은 걸 가져오면 안 된다. 중학생이면 송수진이나 이민수 선생의 책 목록이 학생들에게 공감을 많이 얻는다. 또는 전남 광주에 독서 소모임인 상캐 선생님들이 만든 상황별 권장도서 목록을 찾으시라. 전국국어교사모임의 독서교육 분과인 물꼬방,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학교도서관저널>에서 만든 권장도서가 이때 쓰기에 좋다.

자녀가 초등학생이라면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1년에 네 번 펴내는 시 잡지인 <올챙이 발가락>을 정기구독하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중고등학생이라면 배창환 [뜻밖의 선물] [36.4도씨][내가 아직 어려서 미안해][어느 아마추어 천문가처럼], 인터넷 서점에 청소년 글’, ‘중고생 글’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_청소년의 성 상담 사례를 모아놓은 [아우성 빨간책], 미혼모 수기 [별을 보내다], 어려운 사연 [벼랑에 선 사람들], 가정폭력 이야기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병원 응급실 [지독한 하루],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 범죄자의 심리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데이트폭력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범죄심리분석관 [한국의 연쇄살인],

_따뜻한 느낌의 책. 동물권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동물의 행복할 권리], [고기로 태어나서], 페미니즘 [나의 첫 젠더 수업], 꿈 연구자가 쓴 [며느리 사표], 남고교사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통일부장관 [통일을 보는 눈], 배달기사와 전화상담원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

_학생들의 시 모음집 정윤혜 교사의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그림책에서 찾은 책읽기의 즐거움]

_부산공고[도대체 학교가 뭐길래!], 10대 임신 [키싱 마이 라이프]

_만화책 강풀의 [당신을 사랑합니다] [26] [검둥이 이야기], [도토리의 집]

_문학 작품으로는 루쉰, 위화, 중자오정 같은 중국 작가들이나 하이타니 겐지로, 시게마츠 기요시 같은 일본 작가들의 책을 학생들이 잘 읽는다.

_요즘 사람들이 읽기에 괜찮은 한시를 뽑아서 설명해둔 책을 권할 만하다. 기세춘과 신영복이 [시경]을 현대어로 옮긴 내용이 [중국역대시가선집1]에 담겨 있는데, 번역이 좋아서 학생들이 인상 깊게 읽을 작품이 여러 편이다. 국문학자 정민이 유명한 한시를 골라서 엮은 책도 학생들에게 널리 읽혔다.

-환경파괴 [시그널, 기후의 경고],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 [반기성 교수의 기후와 환경 토크토크], [앵그리 플래닛], [6도의 멸종]처럼 주제 의식이 뚜렷한 책을 제시하면 학생들이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따. 적정기술 [작은 것이 아름답다, 새로운 삶의 지도], 다양성과 인류의 식량 사이 [바나나 제국의 몰락], 식품에 대한 논쟁적인 입장 [솔직한 식품]

-조정래의 [태백산맥][불놀이]

 

 

_책을 읽으면 정신을 잃는 것은 과학이기 때문에 규칙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나는 잠들었다가 걸린 학생들에게 5분간 일어서서 책을 읽고 5분이 지나면 알아서 앉는 규칙을 만들어서 교실의 질서를 유지한다. .. 자는 학생을 그냥 두면 책 읽기 시간에 학생들이 배운 게 없다고 불만을 표하게 되니 깨우는 것이 좋다.

 

_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쪽이 양보!

이기는 쪽이 다 갖는 건 짐승의 법이야. 사람의 법은 강자가 양보를 하는 것이지. 그래야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_커다란 산이 있었고 나는 계속해서 이 정상으로 올라가면 돼라고 말했다. 반면에 학생들은 정상까지 올라가라는 말은 알아듣겠는데, 어떻게 해야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그 과정을 모르겠어요라고 이야기했던 것이다. 즉 나는 결과만을 제시했고 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체 나는 왜 그랬던 걸까?

 

_선의의 조언이라도 하고 싶은 말을 그렇게 다 내뱉으면 관계가 상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걸 다 지적하면 대부분의 인간은 그걸 견디기 어려워한다. 그러니 지적을 하고 싶더라도 모든 걸 내보이는 게 아니라 개중 몇 개만 골라 말해야 귀에 들어오는 것이다.

 

_이때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은, 같은 반 학생들의 글에 점수를 매기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반 친구가 자신에게 매긴 점수를 보면, 학생들은 정신적으로 너무 부담스러워한다. 가장 나쁜 사례는 같은 모둠 안에서 네 사람이 서로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함께 같은 책을 읽고 대화하며 협력하던 관계가 한순간에 내신 등급을 매기고 경쟁하는 관계로 바뀌면서, 좋았던 관계가 크게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로 바뀔 수 있다. “선생님이 이미 다 점수를 매겨놓았는데 너희도 한번 해봐. 다른 사람이 쓴 글을 평가해보면 새롭게 보이는 게 있어서 글솜씨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되거든.” 이 정도의 이야기를 해주며 학생들끼리 상호 평가를 시도해야 한다. (옆반 글)

 

_고쳐쓰기의 핵심: 증명 여부, 싸잡아서 비난 하는 것(이런 걸 내버려두면 학생들의 사고가 둔해진다.)

 

_“점수는 매겨야 하니까 매기는 거고, 숙제는 배우기 위해 하는 일이야. 그러니 배우려는 마음으로 숙제를 했으면 좋겠어.” 이렇게 접근해야 학생과 입씨름을 하지 않는다.

교육은 기다림이지.” “언제까지 기다릴 거예요?” “내가 지칠 때까지 기다리지.”

 

_서로가 서로를 보고 배우는 것을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이 결국 모두를 기쁘게 하기 때문이다.

 

_“우리 사회에 부정부패가 있어도, 자라나는 너희가 그러면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잖아. 글은 돌려줄게. 다시 써오면 된다. 그러면 아무런 불이익이 없을 거야.”

 

_기본적으로 잘함을 30%, 보통을 50%, 못함을 20%로 정해두고, 활동 내용에 따라 적절하게 비율을 조정하면 된다. 잘함에서 두세 개 뽑아 아주잘함, 못함에서 두세 개 뽑아 아주못함.

 

_남학생들에게는 느낌과 감상을 적어보라로 하면 안 됨.

소설과 평전 같은 이야기책을 읽었으면 그 책과 관련한 경험이나 그 책에 나온 인물과 비슷한 자기가 아는 사람에 대해 쓰라고 하고, 사회과학 책을 읽었으면 그 책 내용과 비슷한 최근의 사회 쟁점을 찾아 비교하며 적으라고 한다. 역사 개론서나 자연과학 책을 읽으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하라고 한다. 시집을 읽으면 그 시 중에서 자기 경험과 연관이 있는 시를 한 편 찾아 그 인생 이야기를 써보게 한다.

 

_<작은책><한겨레21><녹색평론>같은 정기간행물을 비롯해 다양한 책들을 읽으면서 일상적으로 교양을 쌓아야 한다. 돈가스 먹을 때 이렇게 자르고, 와인을 마실 때 저렇게 마시고 하는 게 진짜 교양일까? 진짜 교양이란 어떤 대상의 핵심을 파악하고 인식 능력을 발휘해서 좀더 인간다운 것을 찾아가는 능력이다. 글과 책이야말로 교양을 쌓는 지름길이다. 교사가 스스로 그렇게 살고 있을 때 학생들이 그 교사를 알아보고 닮아간다.

 

_사실 강의로 하는 주입식 수업이 학생에게는 가장 편하다. 책을 읽히고 이야기를 나누며 글을 쓰면 아무래도 피곤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 번거로움을 뚫고 나가면서 다양항 역량을 쌓을 필요가 있다. 좋은 교육이란, 배울 때는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볼 때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의미 있는 수업은 학생이 편한 수업이 아니라 적절히 불편함을 겪는 수업이다.

 

<저자가 쓰는 구술평가 문제>

이 책을 읽고 의미 있는 질문을 하고, 왜 그 질문이 의미 있는지 설명하시오.

책에서 인상 깊은 한 문장을 말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시오.

책의 저자가 하려는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고, 그 한마디가 왜 핵심인지 설명하시오.

책과 연관된 자기 경험을 말해보시오.

책과 관련된 세상일을 이야기해보시오. 여기서 세상일이란 언론, 예술, 다른 책에서 본 연관된 내용을 뜻함.

이 책을 읽으면서 어디에 초점을 맞추면 좋은지 말하고, 왜 그런지 설명하시오.

책에서 자기에게 특별히 와닿는 부분을 이유와 함께 설명하시오.

책에서 자신의 의견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야기해보시오. 자기 의견과 다른 부분이 없으면, 이 책과 의견이 다른 관점에 대해 설명하시오.

책에서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찾아 설명하시오.

이 책이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 반에서 찾아 그 이름을 대고 이유를 말하시오. 어떻게 그 친구에게 이 책을 소개해야 그 친구가 읽을지 효과적인 방법을 이야기하시오.

 

 

-나는 수업 시간에 시집을 읽고 자기 경험을 쓰는 수업을 한다.

양정자의 [아이들의 풀잎노래], [아내일기],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서정홍의 [58년 개띠], 박성우의 [난 빨강], 안도현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같은 시집은 어떤 학생에게 쥐여주더라도 잘 읽어서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던 학생들을 다시 집중하게 한다.

 

_독서토론. 누군가가 보통은 생각하지 못하는 질문을 상대에게 던지면, 거기에서 새로운 사고가 열리게 된다. [춘향전]을 읽고 변 사또가 어떻게 해야 춘향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 [흥부전]을 읽고 놀부는 직업이 뭐였길래 일을 안 하는데도 저렇게 부자인가?”, [소나기]를 읽고 아무리 아파도 그렇지 비 맞고 죽는 여자애가 어딨어? 이거 남성의 시선 아니야?”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이 소설에 나온 인물들의 인생에서 뭘 배워야 하나?”와 같은 질문을 받으면, 그전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_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도 있다는 것, 그 사실을 대화 중에 확인할 때는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찜찜하고 언짢기도 하다. 마음 통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마음 통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부정적 감정일지 모르지만, 나는 학생들에게 그런 불편함을 귀하게 여기라고 말한다. 성장기에 모두가 나와 같지 않다는 경험을 쌓아나갈 때, 비로소 독선에 빠지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한 이들이 늘어날 때, 우리는 더 유연하면서 토론이 편안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_학급문고의 분실 문제는 그걸 당연히 여기면 된다. 원래 그런 거다. 인생의 많은 것들은 받아들이는 게 답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노화는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화장품을 발라도 해결할 수 없다. 흘러가는 세월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가 세상을 위해 뭔가 노력했다고 해서 세상이 그만큼 더 나아지는 건 아니다. 그저 내 정신을 깨끗이 유지하는 걸로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 하나 잘한다고 해서 세상이 달리지지 않는 걸 받아들여야 우리는 남은 세상을 그럭저럭 버티면서 살아갈 수 있다.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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