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_클라우스 슈밥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1760~1840년경에 걸쳐 발생한 제1차 산업혁명은 철도 건설과 증기기관의 발명을 바탕으로 기계에 의한 생산을 이끌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이어진 제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생산 조립 라인의 출현으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1960년대에 시작된 제3차 산업혁명은 반도체와 메인프레임 컴퓨팅(1960년대), PC(1970년대와 1980년대), 인터넷(1990년대)이 발달을 주도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컴퓨터 혁명’ 혹은 ‘디지털 혁명’이라고도 말한다.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은 21세기의 시작과 동시에 출현했다. 유비쿼터스 모바일 인터넷, 더 저렴하면서 작고 강력해진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제4차 산업혁명의 특징이다.
과거의 산업혁명보다도 제4차 산업혁명에서 출현하는 신기술과 광범위한 혁신은 더욱 빠르고 폭넓게 확산 중이지만, 지구촌 곳곳에서는 아직도 과거의 산업혁명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 인구의 17퍼센트가 아직 제2차 산업혁명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다. 아직도 전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이 약 13억 명에 이른다. 제3차 산업혁명 역시 마찬가지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0억 명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다. 제1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계 부품인 ‘축SPINDLE’이 유럽 이외의 지역에 보급되는 데 1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반면 인터넷이 전 세계에 확산되는 데는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이러한 대부분의 알고리즘은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 남기는 데이터의 ‘빵 부스러기’ 같은 흔적을 따라 생성된다.
제4차 산업혁명이 구현한 여러 혁신처럼, 신소재 발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핀graphene’과 같은 최첨단 나노 소재를 예로 들어보자. 그래핀은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두께는 머리카락의 100만분의 1 정도로 매우 얇으며, 뛰어난 열과 전기의 전도성을 갖추고 있다. 그래핀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그래핀 가격은 1,000달러 이상으로, 그램g으로 환산해보면 지구상 가장 비싼 물질이다.) 제조업과 인프라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게 될 것이다.
온디맨드 경제는 “플랫폼 구축과 기초 자산 보유, 둘 중 무엇이 더 가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미디어 전랶인 톰 굿윈은 2015년 3월 <테크크런치>에 아래와 같은 글을 기고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 기업인 우버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없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소매업체인 알리바바는 물품 목록이 없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 제공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소유한 부동산이 없다.“ (아마존은 가장 큰 소매기업이지만 단 하나의 매장도 소유하지 않은 기업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개인이나 조직이 자산을 활용하여 거래를 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발생하던 거래비용과 마찰비용을 대폭 감소시켰다. 오히려 각각의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아주 미세한 증가분까지 나눌 수 있어 참여자 모두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이익이 커진 셈이다. 또한 상품, 재화, 서비스를 추가로 생산할 때마다 발생하는 한계비용 역시 제로에 수렴한다.
휴먼 클라우드는 인터넷 연결만 가능하다면 누구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전문 인력의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롭고 유연한 직업 혁명의 시초인가, 아니면 규제가 없는 가상의 노동 착취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바닥을 향한 멈출 수 없는 레이스의 시작일까? 만약 결과가 후자라면,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거리를 전전하며 노동권리도, 단체 교섭권도, 고용 안정도 없는 ‘프레카리아트(불안정한을 뜻하는 precarious’와 최하층민을 뜻하는 ‘proletariat’를 합성한 조어. 불안정한 고용 노동 상황에 놓인 비정규직, 파견직, 실업자, 노숙자들을 총칭)‘ 세상으로 향하는 여정의 시작이라면 이는 사회적 불안감과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하는 강력한 원인이 되지 않을까? 결국, 휴먼 클라우드의 발전은 그저 인간 직업의 자동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노동력과 진화하는 노동이 본질에 걸맞은 새로운 형식의 사회계약과 근로계약을 만들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세계경제포럼은 <2015년 글로벌 정보통신 기술 보고서>를 통해 “세계 인구의 절반은 모바일폰을 소유하고 있지 않고, 4억 5,000만 명은 이동통신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저소득 국가의 경우 인구의 90퍼센트가, 전 세계적으로는 60퍼센트 이상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모바일폰은 구세대 모델”이라고 발표했다. 정보통신기술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널리 퍼져 있거나 빠르게 확산되어 있지 않다.
삼성이 개발한 SGR(센트리 가드 로봇)-AI 로봇은 기관총 두 대와 고무탄총을 장착하고 한국 비무장지대에서 경계를 서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저숙련 노동력이나 평범한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혁신이 주도하는 생태계에 완벽히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승자가 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회원국 인구 상위 10퍼센트의 평균 소득이 하위 10퍼센트의 평균 소득의 대략 9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윤리의 관점에서>
기술의 진보는 우리를 새로운 윤리의 경계로 몰아세운다. 생물학의 믿기 어려운 진보는 질병을 치료하고 부상을 회복할 때만 활용되어야 할까, 아니면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돼도 될까? 만약 후자를 택한다면, 자녀를 원하는 대로 맞춤생산하는 상품으로 둔갑시켜 소비자 사회의 확장 위험성을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또한 “더 나은” 인간의 정의는 무엇인가?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장수를? 똑똑한 지능을? 더욱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을? 외모를 뜻하는 것일까?
우리는 인공지능과 관련해 이와 유사한 복잡하고 위험한 질문들을 마주하고 있다. 기계가 우리보다 더욱 앞서 빠르고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지닌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존과 넷플릭스는 이미 소비자의 취향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해 우리에게 영화와 책을 추천한다. 데이트 사이트와 취업 사이트 역시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 사람과 직업을 위치에 관계없이 가려낼 수 있는 시스템을 활용해 우리에게 연인과 직장을 제안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알고리즘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아니면 가족과 친구, 동료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완벽에 가까운 진단 성공률을 자랑하는 인공지능 로봇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오랜 시간 알고 지내며 환자에 대한 따뜻한 태도를 갖추고 있는 인간 의료진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까?
위 상황들, 그리고 이것이 인간에게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보면 우리는 현재 미지의 영역에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인류 변화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의 예측능력과 관련하여 또 다른 중요한 쟁점이 있다. 만약 어떤 상황 속 우리의 행동이 예측 가능해진다면, 그 예측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유가 우리에게 얼마나 있을까? 기계의 예측능력으로 인해 인간이 로봇처럼 행동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이런 쟁점은 인간의 다양성과 민주성의 근원인 개인의 특성을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과학기술은 점점 개인의 사적인 영역으로 변하고 있다. 처음에는 큰 방에 컴퓨터를 두어야 했지만, 이후에는 책상으로 옮겨졌고, 뒤이어 사람들의 무릎 위로 자리를 옮겼다. 과학기술이 이제 우리의 주머니 속 모바일폰에 담겨 있듯이, 머지않아 의류와 장신구에 내장될 것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며 유전자 염기서열분석 비용이 여섯 자릿수나 떨어졌다. 2003년 최초로 전체 유전자 서열 방식을 밝힌 휴먼 게놈 프로젝트는 27억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2009년에는 유전자 염기서열분석 건당 10만 달러가 소요됐고 오늘날에는 연구자가 유전자 염기서열분석을 위해 해당 분야 연구실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고작 1천 달러에 불과하다. 유전자 편집 분야 역시 유전자 가위기술인 ’크리스퍼‘의 발전으로 유사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일어나는 파괴적 혁신을 마주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특성이다.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제도화할 수 있는 능력, 서열에 따른 계층구조를 수평화하는 능력, 새로운 아이디어를 독려하는 환경을 만드는 능력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사고방식은 전적으로 정서 지능에 달려 있다.
후성유전학에서는 인간의 삶에서 수면과 영양공급,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는 절대적 사실을 증명한다. 예를 들어 규칙적인 운동은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직장에서 업무 성과로도 직결되며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