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과학_탄베 유키히로]
-한 줄 요약: 일본 화학자이자 의사가 쓴 커피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서.
생산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중요한 것은 과육이 아니라 씨앗, 즉 열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커피콩’이다.
통상적으로 과육 부분을 과피와 함께 ‘펄프’ 또는 ‘커피 펄프’라고 부른다. 과육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통상 ‘파치멘트’라고 부르는 얇고 단단한 껍질 2개(혹은 1개)로 씌워진 종자가 들어있다.
농장에서 수확된 커피 열매는 1. 정제, 2. 배전, 3. 추출이라는 과정을 거쳐 우리가 마시는 커피로 다시 태어난다.
배전 원두가 함유한 수많은 성분 중 어떤 성분을 어느 정도로 뽑아내는지에 따라 완성된 커피의 향미는 많이 달라진다. 드립식, 사이폰, 에스프레소, 프레스 등 여러 추출법이 있지만 각각의 전용기구나 기계, 추출 속도에 따라 성분 밸런스에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같은 추출법이라도 미세한 조건에 의해 성분 밸런스가 변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커피숍에서 마시던 것과 같은 원두를 동일한 기구로 뽑아 냈는데 ‘왜 내가 내리면 다른 맛이 날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도, ‘어제와 같은 커피인데 오늘은 왜 맛이 다르지’ 하고 느껴지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추출은 ‘커피라는 음료’를 만들어내는 ‘마무리’에 해당하는 중요한 공정이다.
‘커피나무는 꼭두서니과의 커피속에 속하는 상록수이다.’
식물의 과 중 국화과, 난과, 콩과에 이어 네 번째, 식물 전체에서도 약 4%를 차지하는 큰 그룹이다.
꼭두서니과에는 염료의 원료가 되는 꼭두서니와 말라리아의 특효약 성분 키니네를 함유한 키나나무, 향이 좋기로 유명한 치자나무 등 인간과 관계 깊은 식물이 몇 종 있지만, 유명한 것은 그 정도에 불과하다. 네 번째로 큰 그룹이라는 사실에 비하면 재배 작물과 원예식물로서 친숙한 국화과, 난과, 콩과는 물론 다섯 번째인 벼과보다 존재감이 약한 셈이다. 꼭두서니과 중 사람과 가장 밀접한 식물이 커피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커피’를 얻기 위해 재배되는 품종은 단 두 종류, 아라비카종과 카네포라종(로부스타)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아라비카종은 커피나무속을 대표하는 종이다. 아라비카종은 에티오피아(아비시니아) 고원이 원산지이다.
로부스타라는 말은 ‘강인한’ ‘거친’이라는 뜻을 지닌다. 이 이름이 가리키듯 아라비카종보다 내병성에 뛰어나다. 또 저지대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며 수확량도 많아 ‘강인한’ 품종이지만, 아라비카종보다 향미가 ‘거칠다’는 평가를 받는 탓에 싼 값에 거래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세련되지 못한 오래된 재배종이라고 치부되기 십상인데, 사실 커피 세계에서는 아라비카종보다 ‘뉴페이스’이다. 19세기말 동남아시사에서 커피 녹병(곰팡이에 의한 전염병)이 유행했을 때 로부스타만 유일하게 모든 종류의 녹병에 대해 내성을 지녔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인도, 브라질 일부 지역, 서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느끼는 냄새는 전비공(콧구멍)에서 흡입되는 공기의 냄새를 직접 느끼는 ‘비선향’과 후비공(비강의 안쪽에서 구강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통해 구강에서 후강으로 흘러가는 공기의 냄새를 느끼는 ‘구중향’으로 크게 나뉜다.
비선향이 순수한 향으로 인식되는 것에 비해, 구중향은 ‘입으로 느끼는 플레이버’의 일부로서 맛의 구성요소로 인식된다. 후각과 미각이 서로 혼동되는 ‘공감각’ 중 하나라는 의미다. 감기로 코가 막혀 음식의 맛을 못 느낀 경험이 있는가? 이는 내쉬는 숨이 비강으로 흐르지 않아 구중향을 못 느낀 결과 생기는 현상이다. 사실 우리가 맛을 인식하려면 미각 이상으로 구중향이 중요하다.
이러한 노하우는 가정에서 원두를 보관할 때도 도움이 된다. 여기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기밀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냉장이나 냉동도 열화를 늦추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2주일 이내에 소진하지 못할 양이라면 기밀용기에 넣어 냉동 보관할 경우, 수 개월에서 반 년 정도는 꽤 괜찮은 상태를 유지한다. 단 냉동시켰던 콩이 습기가 있는 일반 공기와 만나면 순식간에 수분을 흡수해버리기 땜누에, 소량씩 나눠 꺼내거나 밀폐용기째 실온 상태로 두었다가 개봉하는 것이 좋다. 다만 기온이 높은 여름을 제외하면, 그리고 아주 많은 분량이 아니라면 무리해서 냉장이나 냉동 보관할 필요는 없다.
역석절인 표현이지만 ‘가장 좋은 보관법’이랑 ‘가능한 장기간 보관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스 불꽃(1700~1900도)에 비해 조리용 숯불화염(600~900도)은 온도가 낮으면서도 숯이 가진 원적외선이 방사되기 때문에 복사에 의한 전열 비율이 좋다. 고기나 생선은 숯불로 구워야 맛있다고 하지만 이는 ‘원적외선이 내부에 침투해서’가 아니다. 원적외선은 쉽게 열로 바뀌기 때문에 물체에 닿으면 곧바로 흡수되어 물체 내부에 침투하는 거리는 겨우 0.1~0.2mm에 불과하다. 따라서 실제로는 물체 표면만을 강하게 가열한다. 고기나 생선이 맛있어지는 것은 이 강한 화력으로 달궈진 표면에서 피라진류 등 고소한 향이 발생하고, 나아가 표면이 단단하게 구워져 안쪽의 육즙 등이 흘러나오지 못하게 하는, ‘겉은 바삭, 안은 육즙 가득’한 상태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피의 경우, 그렇게 했다가는 겉은 타고 안쪽은 덜 익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표면을 강한 화력으로 가열하고 싶다면 가스 불꽃으로도 충분할 것이고, 오히려 화력 조절은 숯불보다 가스불이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물거품’이 금방 사라져버리는 이유는, 거품을 형성하는 물분자의 얇은 막이 물분자끼리 끌어당기는 표면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비눗방울은 이런 표면장력을 낮추는 물질(계면활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거품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 실은 커피에도 비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계면활성물질이 들어 있다. 수돗물과 커피 물을 각각 페트병에 넣어 격하게 흔들어보라. 커피액이 훨씬 더 거품이 많이 일며, 오랫동안 거품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강배전과 야개전 커피를 비교해보면 강배전쪽이 거품의 크기가 잘고 오랫동안 남는다.
성인이라면 통상 커피 한 잔의 카페인으로 각성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섭취 후 15분 정도면 효과가 나타나고 2시간가량 지속된다고 한다. 단, 카페인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졸음 억제만 가능하다.
다만 낮잠을 잘 때 커피를 마시고 15분쯤 눈을 붙이면, 알맞게 일어나는 효과를 발휘해 상쾌해진 뇌로 오후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커피의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좋은 사례 중 하나다.
당뇨병에는 유전적 요인이 큰 1형과 생활습관이 영향을 끼치는 2형이 있는데 2002년 네덜란드 연구자가 커피음용자는 2형당뇨병 발병 위험이 낮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후 각국에서 대규모 역학조사가 이루어졌고, 거의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세계 1위인 핀란드는 하루 3~4잔이 평균이다. 또 커피로 유명했던 작가 보들레르가 매일 10잔, 발자크는 집필할 때 하루 50잔 이상 마셨다고 전해진다.
어디까지나 일반론으로 얘기할 때, 건강한 성인이 커피 3잔 이상(카페인 250mg이상)을 한꺼번에 마시면 급성 카페인 중독 증상이 생긴다고 한다. 또 장기간 음용한 경우, 하루 4~5잔 정도라면 질환 위험의 영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 이 말은 그보다 많이 마시면 위험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이상 마시는 사람의 데이터가 적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명확하게 밝힐 수 없다는 의미다. 짐작컨대 앞으로 좀 더 마셔도 괜찮다는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본다.
“당신에게 커피란 무엇입니까?”
나는 이것이 커피에 관한 여러 질문 중 ‘두 번째로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첫 번째는 무엇일까?
그것은 ‘커피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이면서 생각할수록 오묘한 철학적 질문이다. 그러나 ’두 번째로 중요한 질문‘의 해답을 쌓아가는 동안 ’커피‘라는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전체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한다면, 지금보다는 아주 조금 더 그 대답에 가까운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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